▲ 봉하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38053 판결

1. 대상판결 개요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소위 ‘재직조건’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인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시 이후 다수의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이 재직조건이 있는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정기상여금의 경우 취업규칙 등에 재직 조건 등이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규정 자체를 무효로 보거나(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효력을 제한해 해석(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등)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상판결은 재직조건 자체는 유효로 보면서도 그 효력를 제한해 해석함으로써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2. 사실관계 요지

피고의 근로자들인 원고들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재산정한 각종 법정수당 차액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관한 기초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① 피고의 취업규칙 43조는 연간 기본급 200%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1항),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2항).

② 원고들이 속한 노동조합과 피고가 체결한 단체협약(2012년 단체협약 42조, 2014년 단체협약 46조)은 피고의 상여금 지급 기준을 통상급의 600%로 정하면서(1항),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자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항).

③ 피고의 취업규칙 35조는 ‘임금은 기본급과 제수당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하면서(1항), ‘입사 또는 퇴직한 날이 속하는 월의 임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3항).

④ 실제 피고는 피고 직원들에게 약정 통상급의 연 600%를 기준으로 한 상여금을 매 2개월마다 100%씩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다.

⑤ 피고는 1·2심에서 퇴직자에게는 상여금을 미지급했다는 취지의 증거를 제출했으나, 해당 증거는 피고가 내부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급여대장을 편집한 자료일 뿐 실제 퇴직자에게 지급한 급여명세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

3. 판결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소위 ‘재직 조건’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단체협약에서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복직·휴직하는 자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취업규칙상 퇴직자에 대한 임금은 일할 지급하는 것이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 피고가 실제로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하지 않았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재직 조건의 의미가 지급일 전에 퇴직한 사람에게는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봐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고정성 있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4. 시사점

대상판결은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등이 정기상여금 지급에 재직조건이 있는 경우라도 재직조건의 효력을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재직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이 취업규칙에 정기상여금의 재직조건과 일할 정산 규정을 동시에 두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 사건 취업규칙에는 재직조건과 직접 충돌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 단체협약에는 ‘입사·복직·휴직’하는 경우에 대해 정기상여금을 일할 정산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대상판결은 ‘퇴직’의 경우를 휴직 등과 달리 취급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오히려 취업규칙 중 ‘기본급과 제수당’에 적용되는 퇴직자에 대한 일할 지급 규정을 ‘상여금’ 지급 해석에도 참조했고, 피고가 퇴직자 상여금 미지급 사례로 제출한 급여대장 등의 자료에 대한 신빙성을 엄격하게 봐 객관적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대상판결은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보다 취업규칙상 재직조건을 제한 해석할 여지가 적었음에도 재직조건을 가급적 혹은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재직조건의 유효성 여부 자체는 판단하지도, 쟁점으로 삼지도 않았다. 헌법상 평등권을 기초로 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등은 근로조건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임금채권 발생에 붙을 수 있는 조건도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제공과 합리적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임금이 근로제공의 대가인 이상 근로제공과 무관한 사유로 임금채권 발생을 달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허용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임금채권 발생을 근로제공 및 그에 따른 성과 등과 무관하게 특정일까지의 재직 여부로 좌우하는 것은 모든 근로자에 대해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선언한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에 반하는 불합리한 차별로서 무효다. 재직일 하루 전에 퇴직했다고 해서 일할 청구할 권리마저도 부인하는 것은 비례적 정의에도 반한다.

한편 임금 지급일은 임금을 정산하기로 한 날에 해당할 뿐 임금채권 자체가 발생하는 날이 아니고 임금채권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매일 매일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퇴직을 이유로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임금지급일까지 근무하지 않고 도중에 퇴직하는 것을 근로계약 일부 불이행으로 보고 임금 전액 지급에 ‘임금 지급일까지 재직할 것’을 조건으로 붙이는 것과 다름없다. 만약 기본급에 이러한 조건을 붙였다면 이와 같은 조건은 임금 지급을 담보로 근로자들의 퇴직 여부 및 시기에 관한 자유를 제한해 계속근로를 강제하게 되고(근로기준법 7조), 위약예정금지(근로기준법 20조) 및 임금전액지급(근로기준법 43조1항) 원칙 등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에 위반돼 무효임이 명백하다.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 근로의 금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기본급에 대해 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기본급에 준해 근로제공과의 밀접도가 높고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뚜렷한 임금인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중도퇴직을 이유로 전부를 미지급한다는 조건은 근로를 이미 제공한 기간에 대해서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범위에서 일부 무효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설령 기존에 퇴직자에 대해 일한 기간에 비례해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 온 사실 및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지금까지 회사가 임금을 일부 체불해 왔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일 뿐 재직조건을 정당화하는 사정으로 볼 수 없다.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 지급의 재직조건의 효력을 제한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재확인하고 발전된 판시를 한 의미가 있으나, 정기상여금 채권의 발생 혹은 지급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효력에 관해 보다 적극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남는다.